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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상 사회봉사상 수상' NEI 권순영 대표, '아프간의 콩박사'

제 33회 '아산상 사회봉사상 수상' NEI 권순영 대표, '아프간의 콩박사'

아산상 수상 '아프간 콩 박사'…"탈레반도 우리 활동은 지지"
美동포 권순영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NEI)' 대표, 아산상 사회봉사상 받아
18년간 현지 콩 재배, 가공산업 육성해 영양실조·기아 해소 기여
"내년부터 '아프간 모델' 필리핀서 실행…'거버넌스 펀딩' 요청 계획"
(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이 장악한 아프가니스탄의 현재 상황이 좋지 않지만, 탈레반이 우리가 펼치는 '콩 사업'만큼은 저지하지 않고 있어 마무리를 잘 지을 것 같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영양과 교육 인터내셔널(NEI)' 권순영(미국명 스티브 권·74) 대표는 아프가니스탄의 영양실조와 기아 해소를 위해 18년 동안 전개한 콩 재배와 가공산업 육성 프로젝트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권 대표는 그간의 공로를 인정받아 25일 오후 서울시 송파구 아산사회복지재단 아산홀에서 열리는 '제33회 아산상' 사회봉사상을 받는다. 

 그는 수상에 앞서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탈레반이 장악하면서 많은 비정부기구(NGO)가 아프가니스탄을 떠났지만, NEI는 끝까지 남아 난민들을 돕고 있다"며 "탈레반 경찰이 NEI 카불 사무소에 직접 찾아왔을 때 난민에게 제공할 식량 꾸러미 만드는 것을 보고는 '처지가 딱한 사람들을 도와달라'고 하면서 활동을 격려했다"고 전했다. 과거에도 탈레반은 NEI를 불러 몇 차례 조사를 벌인 적이 있지만, 그때마다 '좋은 일 한다. 계속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도와 달라'고 요청했다고 한다. NEI가 이처럼 탈레반의 마음을 얻은 데는 그동안 아프가니스탄에서 펼쳐온 활동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오랜 내전으로 굶주림과 영양부족에 시달리던 아프가니스탄 주민들은 호구지책으로 드넓은 땅에 양귀비를 재배해 유럽 등에 수출했다. 하지만 삶은 더 핍박해지고 기아는 해결되지 않았다. 아이 5명 가운데 1명이 다섯 살도 안 돼 세상을 떠나고, 평균 16살에 결혼해 대체로 6명의 아이를 낳는 엄마 가운데 일부는 출산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을 목격한 권 대표는 2003년 자비를 털어 NEI를 설립했다. 기아와 영양실조를 해결할 수 있는 대책으로 단백질 공급원인 콩을 제시하고 현지인들을 설득했다.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해 UC 데이비스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식품생화학 석·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1986년 세계적 식품회사인 네슬레에 입사해 콩으로 만든 영아용 대체 분유를 비롯해 의료식품 개발을 담당했다. NEI를 세우고 한국과 카불에 사무소를 낸 그는 2008년 회사를 조기 퇴직했고, 아프가니스탄 콩 재배와 가공공장 설립 등에 매진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34개 주 가운데 30개 주가 콩을 심고 있다. 나머지 4개 주는 정부군과 탈레반의 싸움이 치열했던 곳이다. 권 대표는 미군 철수로 사실상 전쟁이 끝났기에 4개 주에서도 곧바로 콩 사업을 전개할 계획이다.

권 대표는 아프가니스탄의 양귀비밭에 한 번도 재배한 적 없던 콩을 심어 '상전벽해'(桑田碧海·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됐다는 뜻의 고사성어)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이런 이유로 그에게는 '아프가니스탄 콩 박사'라는 별명이 붙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이 영양실조를 스스로 퇴치할 수 있도록 NEI가 돕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밝혔다. "콩 종자 개발 및 생산, 콩 재배 확산, 콩 가공공장 건설, 콩 시장 개발 등 '콩 가치사슬'을 구축하는 것입니다. 우리의 목표는 2030년까지 연간 30만t의 콩을 생산해 국가 스스로 영양실조를 퇴치하도록 함께 협력하며 도움을 주는 것입니다." 부녀자가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산란계 사업을 확대하고, 난민촌과 보육원, 빈촌 등의 부녀자와 초등학생을 위한 급식 사업도 계속 펼칠 계획이다. NEI는 2007년부터 14년 동안 200만 명의 학생에게 급식했다. 두유를 만들어 빵과 함께 제공, 단백질을 섭취하도록 했다.

권 대표는 아프가니스탄의 '자조자립형 영양실조 퇴치 모델'을 제3국에 전파할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스리랑카, 탄자니아, 필리핀, 인도 등이 NEI에 그 모델을 도입하겠다는 의사를 여러 차례 밝혔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의 '콩 사업'은 이제 현지 농축산부에 이양한 상태로, 우리는 운전석에 있다가 조수석에 옮겨탄 상황"이라며 "내년부터는 필리핀에 들어가기로 했고, 곧 준비작업에 들어간다"고 전했다. 권 대표는 사업기금 마련을 위해 한국과 미국, 유럽 정부에 '거버넌스 펀딩'을 요청할 계획이다. 그는 아산상 수상소감을 묻자 "뜻이 좋고 선하다면, 가난하고 불행을 겪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것이라면 하늘이 돕는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가난하고 희망 없이 살아가는 지구촌 곳곳의 이웃들이 스스로 설 수 있도록 함께 도움으로써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이 더 아름다운 세상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금 2억원을 좋은 일에 쓰겠다"고 덧붙였다. 권 대표는 2013년 국민이 직접 추천한 우리 주변의 숨은 공로자로 선정돼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왕길환 기자기자

'아산봉사상' 권순영 NEI 대표, 영양실조 신생아들 살린 '아프간의 콩박사'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간 돕기위해
네슬레 임원 던지고 봉사에 올인
'콩 프로젝트' 15년 생산량 2만배↑
"생명 살리는 일이 가장 남는장사"
‘잘나가는’ 미국 동포였던 권순영 씨(74·사진)의 눈에 아프가니스탄의 참상이 들어온 건 2002년 9월이었다. 탈레반 응징을 위한 미국의 군사개입과 오랜 내전 여파로 “신생아 4명 중 1명이 5세가 되기 전에 영양실조로 죽는다”는 뉴스를 본 게 계기였다. 고려대 농예화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으로 건너간 권씨는 오하이오주립대 식품생화학 박사과정을 거쳐 당시 글로벌 식품기업 네슬레에서 영양식 담당 디렉터로 일하던 때였다. 뉴스를 접한 뒤 “영양실조는 내가 잘 아는 분야인데…. 그동안 주변에서 도움받은 걸 갚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마음이 움직이자 몸도 따랐다. “너무 위험하다”며 만류하는 아내와 회사를 설득하는 작업과 아프간을 영양실조에서 구할 식품을 찾는 작업을 동시에 진행했다. 

‘영양과교육인터내셔널(NEI)’이란 비영리단체를 세우고 뜻을 같이할 ‘동지’도 찾아나섰다. 사업에 탄력이 붙자 2008년부터 네슬레 임원 자리를 내던지고 NEI에 ‘올인’했다. 이후 권순영표 ‘콩 재배·보급 프로젝트’는 순항했다. 2006년 300㎏이었던 수확량은 15년 만인 지난해 6000t으로 2만 배 늘었다. 영양실조 문제가 개선되자 아프간 언론은 그를 ‘콩의 아버지’, ‘콩박사’로 불렀다. 아산복지재단은 그에게 지난 26일 ‘아산상 사회봉사상’을 수여했다. 권 대표는 28일 기자와 만나 “‘뜻이 좋으면 하늘이 돕는다’는 옛말처럼 어려울 때마다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만큼 올 수 있었다”며 “2019년에는 아프간 대통령이 군대 납품을 허용해준 덕분에 현지 판로가 확 넓어졌고, 10여 년 전에는 한국과 일본 정부가 지원해준 덕분에 사업이 안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콩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영양실조의 원인인 단백질 부족 문제를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작물인 데다 현지인 입맛에도 잘 맞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이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만 해도 아프간에서 콩을 재배하는 농가는 거의 없었다. 권 대표는 아프간의 기후와 풍토에 맞는 종자를 들여오고, 영농법을 알려주는 동시에 두유 제조설비 등 각종 가공시설을 들여왔다. 이 덕분에 ‘생산-가공-판매-소비’ 등 콩을 둘러싼 모든 과정이 현지화됐다. 

권 대표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기 위해 힘썼다”고 했다. 권 대표의 다음 목표는 2030년까지 아프간의 콩 생산량을 30만t으로 늘리는 것이다. 이르면 내년부터 필리핀에서 제2의 콩 프로젝트를 시작한다는 계획도 세웠다. 나이를 잊은 노(老)사회사업가에게 ‘20년 NEI 활동’으로 얻은 것과 잃은 것을 물었더니 이런 답이 돌아왔다. “글쎄요. 잃은 거라면 네슬레를 조기 은퇴한 게 제일 큰 것 같네요. 얻은 건 뭐니뭐니 해도 남을 도왔다는 행복감이죠. 그렇게 보면 ‘남는 장사’ 한 겁니다. 조기 은퇴에 따른 금전적 손실이 한 국가의 영양실조 해결에 도움을 줬다는 뿌듯함보다 클 리 없잖습니까.”

오상헌/이선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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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24-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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