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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프간서 '콩박사'로 불리는 재미동포 권순영

연합뉴스


<인터뷰> 아프간서 '콩박사'로 불리는 재미동포 권순영

기사입력 2014-09-01 11:44


현지 콩·보건 전문가 이끌고 방한해 경북대서 연수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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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아프간 여행 규제 풀어 두유 기업 진출하도록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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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왕길환 기자 = "12년 동안 아프가니스탄의 22개 주 1400개 마을에서 농민 6만여 명이 콩을 심고 있습니다. 앞으로 10년 동안 25천 개 마을에서 콩을 재배할 것입니다."

오랜 내전을 거치면서 굶주림과 영양부족으로 고통받던 아프가니스탄의 주민들은 어떻게든 손에 돈을 쥐려고 드넓은 땅에 양귀비를 재배해 유럽 등에 수출했다. 그러나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양귀비 밭이 콩밭으로 바뀌었다. 

아프간에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기적을 만들어낸 주인공은 바로 재미동포 권순영(미국이름 스티브 권·67) . 아이 5명 가운데 1명이 다섯 살도 안 돼 사망하고 평균 16세에 결혼해 대체로 6명의 아이를 낳는 엄마 중 1명꼴로 출산하다가 세상을 떠나는 이 나라에서 그가 기아와 영양실조를 해결할 수 있는 타개책으로 콩을 들고 나올 때만 해도 사람들은 "무모한 짓"이라고 수군거렸다.

아프간 인구 2850만 명 가운데 농업 인구는 85% 2400만 명. 콩을 심는 농민이 6만여 명에 이르고, 앞으로 100만 명을 넘길 것이란 예상 때문에 아프간 국민뿐만 아니라 전 세계 콩 연구가들은 그에게 열광하며 '콩 박사'라고 부른다.

권 박사는 지난달 24일 아프가니스탄의 콩과 보건 분야 전문가 12명을 이끌고 방한했다. 농축산부의 농업연구소장과 병충해방지국장, 유엔 세계식량계획(WFP) 관계자, 콩 종자협회 대표, 콩 가공업체 대표 등은 1일 현재 경북대에서 연수 중이다.

오는 4일 미국으로 돌아가기 전 서울을 찾은 권 박사는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지금 외국 단체가 아닌 자기네 이웃이 와서 도와준다고 믿고 있다"면서 "이 나라에서 콩 하면 코리아, NEI를 떠올린다"고 자랑했다. 

NEI는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본부를 둔 비영리 자선단체로 '영양과 교육인터내셔널'의 약자다.

그는 그간의 성과를 조목조목 설명하면서 한국 정부에 대한 감사의 말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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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는 지난 2011년부터 콩 종자를 수입하지 않고 완전한 자립을 이뤘습니다. 1㏊당 2500㎏을 생산하는 농가도 생겨났지요. 어떤 농가는 7년째 이 생산량을 유지하고 있답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 2009년 황금 종자를 무상 제공했고, 내년부터는 이 나라 사람들이 한국 콩을 먹게 될 것입니다. 콩 생산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그에 걸맞은 가공 산업도 발달해야 하는데, 이를 따라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두유 등 가공 공장의 설립이 시급한 현실입니다. 이제 이 나라 사람들은 스스로 영양실조를 해결할 것이라 믿고 있습니다. 그것도 한국의 도움으로 말입니다."

콩이 이 나라 사람들에게 영양 개선에는 물론 수익성까지 좋은 작물로 각인되자 처음에는 먹는 것에 급급했다가 지금은 내다 팔려는 농민이 늘어났다. 당연히 가공 산업의 발달과 시장의 형성도 따라야만 했다. 

한국 정부는 이런 분야의 확충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총 5억 달러의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 2012년 우리 정부는 WFP와 함께 파트너십을 체결했고, 지속 가능한(자조자립형) 콩 산업 개발을 위해 뛰어들었다. 

NEI가 그 중심에서 뛰고 있다. 지금까지 콩 가공 공장은 4개에 불과했지만 앞으로 콩가루 방앗간, 대두박(콩깻묵) 공장 등 5개가 더 지어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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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 국민에게 뜨겁게 환영받고 있어요. 한국의 위상이 높아가는 것이죠. 현지인들에게 난() 베이커리(콩가루 10%, 밀가루 90%)가 공급되고, 학교에서도 우유 대신 콩가루를 배급하고 있으며, 두부도 생산돼 상당한 인기 식품이 됐어요. 이제는 콩깻묵 공장에서 나오는 재료로 콩고기도 만들 예정입니다. 콩고기가 양고기를 대체하는 날이 머지않았어요. 모두 한국 정부가 주도적으로 나서는 일입니다."

지금은 권 박사를 인정하고 있지만 그의 콩 재배와 보급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현지 정부 관계자와 농민을 설득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어느 정도 콩 재배가 탄력을 받을 때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콩을 재배하기 위해 파견 나온 미국 전문가들의 방해 공작에 시달려야 했다. 

그들은 권 박사의 노력을 두고 "무모한 짓"이라거나 "깨진 독에 물 붓기"라며 비아냥거리기까지 했다. 하지만 권 박사는 아프가니스탄 농민들을 믿었고 끝까지 밀어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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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콩을 먹으려고 심었지만 미국은 식용유나 가축 사료를 만들려고 뛰어들었어요. 그러니 '미개한 방법으로 콩 산업을 개발하고 있다'고 우습게 본 것이죠. 자기네들은 한 번도 식용으로 콩을 재배하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래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가축에게나 주는 곡물을 우리한테 먹이려고 하느냐'고 오해하기도 했죠. 이 때문에 3년 동안 홍역을 치렀습니다. 결국 미국은 실패하고 돌아갔습니다. 가면서도 '원래 콩이 잘 자랄 수 없는 곳에 와서 실패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은 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엉뚱한 보고서를 내 NEI가 역풍을 맞기도 했지요."

콩 재배 농가는 늘어나고, 산업이 발달하는데 왜 수도 카불에는 난민이 계속 몰려들까. 

권 박사는 국제사회의 공적원조(ODA)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조용한 마을에는 원조의 손길이 닿지 않고, 소요 사태가 빈번한 곳에만 원조를 해주는 쏠림 현상이 생겨 지원을 받지 못한 농민들이 도시로 이동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인구의 도시 집중 현상을 막을 수 있는 대안도 ''에서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권 박사는 1972년 고려대를 졸업하고 미국으로 유학해 UC 데이비스와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식품생화학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1986년 세계적 식품회사인 네슬레에 입사해 콩으로 만든 영아용 대체분유를 비롯해 의료식품 개발을 담당했다. 2003년 식량난에 허덕이는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접하고 자비를 털어 NEI를 설립했다.

2008
년 잘나가던 회사를 조기 퇴직한 그는 아예 미국과 아프가니스탄을 오가며 콩 재배와 가공 공장 설립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그는 국민이 직접 추천한 우리 주변의 숨은 공로자로 선정돼 국민훈장 석류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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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아프가니스탄은 여행 규제 대상국입니다. 한국 정부가 이 규제를 풀어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두유를 생산하는 한국 기업이 자유롭게 아프간에 진출하도록 해야 합니다."

gh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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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2015-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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